취미_말의 영혼으로 살기 7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6. 말과 나의 이야기

낙마로 다친 꼬리뼈를 치유하며 할 수 있는 건 앉아서 일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걷는 것이야 문제 없었지만 운동은 엄두도 못 냈죠. 말발굽소리와 시원하게 달리던 속도감을 그리워하던 중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유 씨가 말을 타고 있더라구요. 아니 이게 뭐지........+ㅅ+....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광고 촬영 현장 - 아이유 OST 가사도 너무 좋은 것이었습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펼쳐진 세계로 달려 봐요' '멈춰서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나요, 포기하지 않지 않게 그대 곁에 있어 줄게요' 게임사 엔트리브에서 개발한 승마게임이었습니다. 이름하여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PC게임입니다. 안타깝게도 2014년 종료되었습니다만 운영되고 있는 동안 제 삶의 굉장한 활력소가..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5. 낙마

당시 '전국민 말타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했던 사업은 '초급'부터 '중급'까지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평보는 물론 경속보, 좌속보, 구보까지 배울 수 있었죠. 말을 '보내는 법' 즉 정확한 신호를 줘서 바로 평보든 속보든 구보든 할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는 못 했지만, 말 위에서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는 어느 정도 감을 익힌 상태였습니다. 중급까지 수료하고 난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승마를 배우고 싶었죠. 장비를 갖추고 승마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근교 가까운 곳에 승마장이 있더라구요. 그 중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혹은 영광스럽게도, 그곳이 많은 선수들을 배출하고 좋은 말들을 많이 보유한 승마장이더군요. 허리 높이가 제 머리 높이를..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4. 말을 탄다는 것

방금 샤프로 그린 그림입니다. 웬일로 입과 코와 눈을 그리고 싶었나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눈동자가 없네요(...) 화마점정은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말을 그림으로만 그리는 것에서 참기 힘들어진 아이는 말을 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사진을 찾아 보면 말을 타고 찍은 사진이 종종 있어요. 말을 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무슨 수를 써서든 타려고 했거든요. 놀이공원에서 말 타기 체험이 있으면 반드시 타자고 졸랐습니다. 웬 바다에 말을 타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가 벌어지면 부모님의 손을 잡아 끌었구요. 마이산에 들렀다가 말을 탈 수 있는 코스가 있길래 또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말만 보이면 타고 싶어 안달을 했었죠. 쫌쫌다리 말을 탈 기회를 노리다가, 성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했을..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3. 왜 하필 말이었을까

위 그림은 갤럭시 노트 22 울트라의 펜으로, '스캐치북'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그렸습니다. 그린 지 꽤 된 그림이구요. 세상에는 수많은 동물이 있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저는 동물이 등장하는 생물학 백과사전과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 소설들을 읽으면서 수많은 동물들을 접했죠. 집이 좁아 동물을 키울 엄두도 내지 못 했던 부모님은 집 근처에 있는 동물원에 자주 데려다 주셨는데 그곳에서 살아 있는 많은 동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았습니다. 아이가 동물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집 TV에는 동물의 왕국이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같은 프로그램이 항상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국내 존재하는 동물부터 아프리카를 뛰노는 동물들까지, 초식동물부터 맹수들까지 많은 동물들을 지켜봤습니다. 근데 왜 그 많은 동물들 중에서 하필 '..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2. 발길질

말만 그리던 시절 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시간이 지나 학교에 입학해서도 집요하게 앉아 그림만 열심히 그리고 있으니 어렸을 때의 그림 성취는 꽤나 뛰어났습니다. 꽤 괜찮았던 언어 성취보다도 어쩌면 더요. 실은 미술 쪽에 재능이 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 보세요. 한 반에 혼자 조용히 그림만 그리고 있는 애들이 하나씩은 꼭 있었을 텐데요. 제가 바로 그런 애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애가 맨날 앉아서 말만 그리고 있어요.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와 그림 잘 그린다'고 하며 모여들었습니다. 좀 우쭐했던 것도 같고요. 태연한 척 티는 안 내고 싶었지만 아마 티가 났을 겁니다. 거짓말은 잘 못 하거든요. 그림 잘 그리는 아이는 요상하게도 말만 그렸습니다. 공책 ..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1. 첫발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정하라. 그리고 그 동물에게 배워라. 그들의 순박한 삶을 닮는 것이다. 그들의 울음소리, 그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들여다보라. 세상의 어떤 동물도 너보다는 지혜롭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방금 그린 그림입니다. 샤프로 슥슥 그리면 약 1분쯤 걸립니다. 아무 것도 안 보고 머릿속에 상상되는 모습을 종이 위에 끄집어 내는 과정입니다. 초중고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배운 것 외에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어 명암도 골격도 구도도 엉망이라, 아마 전문가 분들이 보시면 절레절레 하시겠지만요. 그래도 혼자 즐겨 그리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선이 거칠고 지저분하더라도 스스로 보기에 괜찮다 싶을 정도로는 나와 주거든요. 제 눈에 이 정도면 시원한 들판에 홀로 서 있는 듬직한 말 한 마리를 상상하..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0. 서문

저는 '말'이라는 동물을 정말 매우 많이 좋아합니다. 좋아한다는 표현을 넘어 사랑해마지않는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죠. 무엇이 말을 그렇게 좋아하도록 만들었을까 기억을 거슬러 가 보니 반지하 단칸방에 자리한 작은 TV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 당시에는 브라운관 뚱뚱한 TV였는데요. 승마 중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과 말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비월장애물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날개도 없이 새처럼 날고 있었고 사람은 그 위에서 중량이 없는 것처럼 혹은 말과 애당초 한 몸이었던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죠. 제 키만한 장애물을 망설임 없이 달려 뛰어넘는 모습을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었던 기억은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그때가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이었는데요. 그맘때쯤 장래희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