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생존자의 마지막 스트리밍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2. 뮤지컬 '더 라스트맨'
3. 트리거 워닝
4. 맺음말
1. 생존자의 마지막 스트리밍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위 영상은 공연 중에 일어났던 일입니다. 어제 첫 공연이 이루어지는 동안 무대 위 인물, 그러니까 마지막 생존자가 방공호에서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 공개되었으며 녹화본으로 지금도 여러 사람들이 지켜볼 수가 있죠. 국내 뮤지컬계에서 그동안 이런 일이 있었나 싶네요.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현장에서 공연을 본 관객은 물론 스트리밍을 통해 영상을 지켜본 사람들은 공연의 처절함을 다방면으로 느껴볼 수 있었죠.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달중쌤인가요? 당신은 천재십니까? 일단 모르겠고 제 사랑부터 받으십시다.) 아마 앞으로도 공연 스트리밍이 계속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계속 되었으면 합니다. 계속 되겠죠?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이 충격적 사건을 벌인(!) 작품은 2021년 웹뮤지컬로 처음 선보인 후 리딩을 거쳐 첫 공연되고 현재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재연을 올린 김달중 연출 네오프로덕션 제작 창작뮤지컬 '더 라스트맨'입니다.
2. 뮤지컬 '더 라스트맨'
지난 2021년 서울예술단이 청년예술가 웹뮤지컬 창작 콘텐츠 공모를 주최했더랬습니다. 다양한 작품이 공모에 참여했는데요. 그때 참여한 작품 중 대상 수상작입니다. 이 웹뮤지컬의 초대 생존자 역으로 주민진 배우가 열연했구요. 위 영상의 주인공이죠. 이후 리딩공연을 거쳐 무대화 되었고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웹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공연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무대극이자, 기존 상업극에서 잘 시도되지 않았던 1인극이라는 이유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제 재연이 시작되었죠. 약 두 달 반 정도의 여정이 될 예정입니다.
시놉시스 :
바이러스의 강력한 전염성으로 좀비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결국 인류는 멸망하고 말았다.
딱 한 '사람'만 빼고!
좀비 사태를 예견한 생존자는 지하 방공호에서 1년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물을 마련했다.
이제 남은 건 생존자와 좀비들 간의 생존 대결 뿐.
생존자는 열악한 환경과 고독 속에서도 규칙적이고 여유롭게 생존을 잉 나간다.
하지만 식량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문 밖의 존비들은 사라질 기미를 보리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수도와 전기마저 끊기고 마는데...
과연 생존자는 좀비와의 생존 대결에서 승리하여 방공호의 문을 열 수 있을까?
# 1인극 - 각기 다른 백스토리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은 '마지막 생존자'인 만큼 단 한 명입니다. 이 한 명이 자신이 꾸린 방공호에서 1년 동안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이 생존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생존기를 남기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자신의 방공호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생존을 위해 무엇을 구비해 놨는지,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깥에 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를 위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등을 알립니다. 그리고 간간히 생활 속에서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등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죠.
시나리오는 거의 똑같이 주어지지만, 이 역할을 맡은 다섯 명의 배우는 각기 다른 배경상황과 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연을 보며 이 사정을 하나하나 깨닫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묘미가 있죠. 이 이야기들은 우리네들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의 심금을 매우 심하게 울릴 수 있습니다.
# 영상 활용
생존자는 자신의 생존기를 남기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을 합니다.(위의 영상이 그 스트리밍 영상입니다. 실제로 스트리밍을 할줄은 몰랐지만요.) 이 영상은 공연장 내부에서도 구비된 여러 화면을 통해 실시간 무대에 구현됩니다. 관객은 눈 앞에서 생존하는 생존자의 모습과, 영상으로 보이는 생존자의 기록을 동시에 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관객은 생존자와 함께 그 자리에서 생존을 체험하는 객체이자 동시에 이 기록을 보게 되는 생존자가 되는 것이죠. 어떤 감각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마 생전 처음 경험하는 미묘하고 요상한 기분일 겁니다.
# 강렬한 락 음악
라이브밴드입니다. 생존자가 처한 삭막하고 격한 상황을 표현하는 데에는 락음악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마냥 락만 있는 것은 또 아니지만요. 하지만 시작을 여는 음악은 이 꿈도 희망도 없을 것 같은 상황도 어떻게든 해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시원함을 안겨줍니다. 음악들이 다 좋으니 한 번쯤 유튜브를 통해 검색해 들어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검색하면 굉장히 많은 영상들이 쏟아질 겁니다.
# 생존자들이 직접 만든 '존버'
생존자의 벙커 안에는 생존자 혼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가 버틸 수 있도록 말벗이 되어 주는 '존버'라는 인형이 함께하는데요. 이 인형은 전통적(!)으로 생존자들이 직접 디자인해 사용합니다. 각 생존자들의 존버가 어떤 디자인으로 등장하는지 기대하는 재미도 있죠. 그리고 이 디자인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유추하는 묘미도 있을 겁니다. 각자 모양과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활용하는 방법 또한 다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죠.
# 해석에 따라 갈리는 '엔딩'
생존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보는 사람에 따라, 각 생존자의 연기에 따라 그 날 그 날 엔딩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김달중 연출님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같은 날 같은 작품을 보고 나와도 본 사람마다 엔딩이 다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이 정답이냐면, 느낀 사람의 느낌이 정답입니다.
# 혼자인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
다 언급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있습니다만.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입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있다고 피터지도록 외치는 공연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혼자라고 느껴지거나,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면 한 번쯤 찾아가 보시기를 꼭 추천 드립니다. 어쩌면 꼭 필요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3. 트리거 워닝
트리거 워닝이 있습니다. 소리에 민감하거나, 폐쇄적인 분위기에 민감한 분이 계시다면 대비를 하고 찾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
공연기간
2024.03.05 ~2024.05.26
공연시간
100분
관람연령
13세 이상 관람가능
가격
R석66,000원
S석44,000원
4. 맺음말
혼자인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혼자가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관계를 체념하고 있다면 이 공연을 한 번 만나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공연을 본다고 해서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바꿀 의지를 주는 작은 동기가 되어 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기는 자신을 바꿀 큰 계기가 될 수 있죠. '스스로를 바꿀 힘'을 찾고 계신다면 공연이 정말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추천 드리고 싶네요.
따뜻해야 하지만 마냥 따뜻하지는 않은 봄, 마음 따뜻하게 하는 공연 한 편 추천 드렸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뜻밖에 행운과 완만한 따뜻함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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