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영혼으로살기 4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5. 낙마

당시 '전국민 말타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했던 사업은 '초급'부터 '중급'까지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평보는 물론 경속보, 좌속보, 구보까지 배울 수 있었죠. 말을 '보내는 법' 즉 정확한 신호를 줘서 바로 평보든 속보든 구보든 할 수 있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는 못 했지만, 말 위에서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는 어느 정도 감을 익힌 상태였습니다. 중급까지 수료하고 난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승마를 배우고 싶었죠. 장비를 갖추고 승마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근교 가까운 곳에 승마장이 있더라구요. 그 중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혹은 영광스럽게도, 그곳이 많은 선수들을 배출하고 좋은 말들을 많이 보유한 승마장이더군요. 허리 높이가 제 머리 높이를..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3. 왜 하필 말이었을까

위 그림은 갤럭시 노트 22 울트라의 펜으로, '스캐치북'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그렸습니다. 그린 지 꽤 된 그림이구요. 세상에는 수많은 동물이 있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저는 동물이 등장하는 생물학 백과사전과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 소설들을 읽으면서 수많은 동물들을 접했죠. 집이 좁아 동물을 키울 엄두도 내지 못 했던 부모님은 집 근처에 있는 동물원에 자주 데려다 주셨는데 그곳에서 살아 있는 많은 동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았습니다. 아이가 동물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집 TV에는 동물의 왕국이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같은 프로그램이 항상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국내 존재하는 동물부터 아프리카를 뛰노는 동물들까지, 초식동물부터 맹수들까지 많은 동물들을 지켜봤습니다. 근데 왜 그 많은 동물들 중에서 하필 '..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2. 발길질

말만 그리던 시절 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시간이 지나 학교에 입학해서도 집요하게 앉아 그림만 열심히 그리고 있으니 어렸을 때의 그림 성취는 꽤나 뛰어났습니다. 꽤 괜찮았던 언어 성취보다도 어쩌면 더요. 실은 미술 쪽에 재능이 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 보세요. 한 반에 혼자 조용히 그림만 그리고 있는 애들이 하나씩은 꼭 있었을 텐데요. 제가 바로 그런 애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애가 맨날 앉아서 말만 그리고 있어요.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와 그림 잘 그린다'고 하며 모여들었습니다. 좀 우쭐했던 것도 같고요. 태연한 척 티는 안 내고 싶었지만 아마 티가 났을 겁니다. 거짓말은 잘 못 하거든요. 그림 잘 그리는 아이는 요상하게도 말만 그렸습니다. 공책 ..

[취미] 말의 영혼으로 살기 01. 첫발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정하라. 그리고 그 동물에게 배워라. 그들의 순박한 삶을 닮는 것이다. 그들의 울음소리, 그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들여다보라. 세상의 어떤 동물도 너보다는 지혜롭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방금 그린 그림입니다. 샤프로 슥슥 그리면 약 1분쯤 걸립니다. 아무 것도 안 보고 머릿속에 상상되는 모습을 종이 위에 끄집어 내는 과정입니다. 초중고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배운 것 외에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어 명암도 골격도 구도도 엉망이라, 아마 전문가 분들이 보시면 절레절레 하시겠지만요. 그래도 혼자 즐겨 그리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선이 거칠고 지저분하더라도 스스로 보기에 괜찮다 싶을 정도로는 나와 주거든요. 제 눈에 이 정도면 시원한 들판에 홀로 서 있는 듬직한 말 한 마리를 상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