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그리던 시절 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시간이 지나 학교에 입학해서도 집요하게 앉아 그림만 열심히 그리고 있으니 어렸을 때의 그림 성취는 꽤나 뛰어났습니다. 꽤 괜찮았던 언어 성취보다도 어쩌면 더요. 실은 미술 쪽에 재능이 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 보세요. 한 반에 혼자 조용히 그림만 그리고 있는 애들이 하나씩은 꼭 있었을 텐데요. 제가 바로 그런 애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애가 맨날 앉아서 말만 그리고 있어요.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와 그림 잘 그린다'고 하며 모여들었습니다. 좀 우쭐했던 것도 같고요. 태연한 척 티는 안 내고 싶었지만 아마 티가 났을 겁니다. 거짓말은 잘 못 하거든요. 그림 잘 그리는 아이는 요상하게도 말만 그렸습니다. 공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