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광고' 하면 누구나 떠올리던 플롯이 있었던 때, 어떤 광고 하나가 광고계의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TV에서 한 번쯤은 보고 실소를 터뜨린 적이 있으셨을 텐데요. 바로 '캐논 광고'입니다.
돌고래유괴단 전설의 시작 - 캐논 광고 최현석 편
유명인으로, 막대한 남의 돈을 들여, 병맛 광고를 찍는다?
그동안 한 번쯤 상상해 본 적 있지만 누구도 실제로 구현해 볼 엄두도 못 냈던 시도였습니다.
그것을 해낸 게 바로 '돌고래유괴단'. 2007년 영화 제작을 위해 모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구요. 2015년 신우석 대표가 설립하고 이성헌 부대표가 컨텐츠 및 사업전략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8년 전 광고지만 지금 봐도 명작입니다b
- 캐논이 어필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최대한 노출하면서도 내용에 재미를 풍부하게 살려, 광고의 최종 목적인 '시선과 관심을 잡아 두는 것'에 충실했습니다. 이것을 승인해 준 캐논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누가 설득했는지 대단합니다b
- 카메라 광고인 만큼 때깔과 조명과 연출이 아주 그냥 미챠버렸습니다. 앞부분만 보다 보면 그저 영상미 있는 아주 잘 만든 광고입니다. '앞부분만 보면요'. 뒷부분까지 보고 나면 '미쳐버린 광고' 혹은 '뭔가 흡입 후 만든 듯한 광고'가 됩니다.
- 영상 마무리에 들어가는 해시태그. 한 때 유행처럼 휩쓸고 지나간 후 이제 수많은 연출 중 하나가 되었지만, SNS가 아닌 영상 해시태그 연출 열풍이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익히 알고 있는 포멧이지만 알고 있는 것에 새로움을 얹음으로써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아는 맛'에 중독되고, '새로운 맛'에 흥미를 느낍니다. 이 둘이 적절히 조화되었을 때 무슨 맛이 나올지 이들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또 그것을 어떻게 배합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체 뭘 접하면서 자라 왔던 걸까요.
아는 것들을 조합해 전혀 본 적 없는 웃음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돌고래유괴단만의 이 개그포인트는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 아이디어가 이승탈출급입니다.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한들 '누가 이걸 실현시킬 생각을' 할까 싶은 것들을 실제 영상으로 만들어 냅니다. 대형 광고주들을 설득시키는 능력이 이들의 초능력 같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보수적이고 또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그들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설득시키기까지 무슨 과정이 있었을지 상상할 수 없거니와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돌고래유괴단의 광고들은 그 이후로도 다양한 장르의 광고와 바이럴영상들을 배출해 냈고 하나같이 절대 끝날 때까지 눈 뗄 수 없는 영상으로 주목받았으나 모두 위와 같은 특징들을 한결같이 고수하고 있습니다. 광고의 주 목적인 '시선을 사로잡기'와 '제품의 핵심을 어필하기', 이 둘을 위해 영상 안에서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커다란 특징입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 것 같은 아이디어를 파구 퍼올리고, 막대한 인력을 투자하고, 막대한 시간을 들이며, 배우들의 연기력을 영혼까지 뽑아 갈아먹고, 어마무시한 장비를 때려넣습니다. '병맛'이라는 장르에 목숨을 걸면 이런 게 나오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럴 광고인데요. 'SNOW' 어플리케이션 광고 '관종의 난'입니다.
이 바이럴을 처음 접하던 그 순간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얼토당토 않은 내용으로 계속 빠르게 넘어가는데 정신을 못차리고 홀려 보고 있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아...' 하게 되는 이 흐름.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역시 그들, 돌고래유괴단!' 하게 되는 감탄사. 리스펙트b
- 이 광고의 대상이 되는 어플리케이션 SNOW는 10~30대에 걸쳐 사진을 많이 찍는 젊은 층들이 대상입니다. 젊은 층을 공략하는 광고에서 누가 사극을 차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걸까요. 그리고 그걸 누가 어떻게 통과시켰을까요.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 옛 영상처럼 연출하느라고 4:3 비율 맞춘 것 좀 보세요... 정성입니다b
- 동인과 서인의 다툼은 현대에도 아주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부먹이냐 찍먹이냐, 라면은 어디까지 라면이냐, 파인애플이 들어간 피자는 피자냐 아니냐, 민트가 치약맛이냐 치약이 민트맛이냐 등의 논쟁까지. 논쟁이 붙은 곳이면 동인 서인 갈라 악다구니 쓰며 장난처럼 싸우는 것이 일종의 놀이 같은 밈이 되었는데요. 이 관종의 난에서 이런 밈이 아주 아낌없이 사용됩니다. 아무말 하면서 흘러흘러 싸우다가 어찌되었든 결론은 '아니되옵니다 전하'로 끝나는 것마저 노골적으로 웃겨줍니다. 이러한 '핵심'을 거침없이 찌르는 풍자와 해학이 또 돌고래유괴단의 사랑스러운 점입니다.
- 돌고래유괴단의 또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건 '인해전술'입니다. 사람이 매우 많이 나옵니다. 어디서 그렇게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을 많이 모아 오는 것인지. 하나 같이 특색 있고 연기 정말 아주 매우 잘 하시고 눈빛이 또 매우 살아 있습니다. 카메라는 또 그들의 눈빛을 기가막히게 잡아 줍니다. 몰입감이 쓸데없이 끝내주죠. 병맛의 키워드는 '쓸데없이' 고퀄이라는 것입니다. 많이들 '저퀄'을 병맛으로 알고 있지만 병맛의 끝판왕은 B급정서의 고퀄화입니다.
왜 갑자기 돌고래유괴단 얘기냐면
티스토리 블로그 포스팅 또한 이런 광고의 어법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나는 뭘 쓰고 있나. 뭐에 관심이 있나. 뭘 할 수 있나. 사람들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나. 그 관심 중 내가 해소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이 오가던 중.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영상구성작가'이자 '광고영상 작가'인 저는 광고 이야기를 하는 방법이 있겠구나 싶은 것이지요.
광고를 보면서 배우는 것은 그들이 '무엇을 소재로' 사람들을 사로잡는가가 아니라,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가가 아닐까 합니다. 이 바탕을 알 수 있다면, 그리고 내 바탕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나만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쓰는 것도 가능하겠죠.
다양한 광고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그 첫스타트. 사랑하는 돌고래유괴단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많이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유튜브에서 돌고래유괴단을 검색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쳐 보다가 '아 이거 재미있게 봤는데!' 했던 영상이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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